육아기록(1) - 생후18일, 회복과 성장
짱구가 태어난지 18일째. 지난 생후 15일째가 되던 날에 조리원에서 나와 집으로 왔다. 조리원에서의 9박 10일은 하루하루 곱씹을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알차게 흘렀다. 현실 육아에 대비하기위해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고, 출산으로 엉망이 된 몸을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몸 회복이 더뎌 조리원에 있는 기간을 좀 더 늘려볼까 고민했지만 집이 너무 그리웠고, 얼른 부딪혀보자는 마음이 커서 일정대로 퇴소를 했다. (집에 온 첫 날에 후회함) 하루하루 아기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있다. 어제는 졸리다고 우는 짱구가 그저 배가 고픈 줄 알고 하루종일 분유와 모유를 먹였다. (줄 때마다 잘 먹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지..) 새벽에 3-4번정도 깨서 수유하고, 기저귀를 갈고 있다. 잠시 책 좀 읽을까, 밥 좀 먹을까 하면 울어서 오늘 겨우 노트북을 꺼냈다. (이 글도 언제 마무리가 될 지 모르겠다. 지금도 짱구가 낮잠에서 서서히 깨고있는 중이다.) 힘든 건 그냥 당연한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힘든게 불만은 아닌데 모르는게 많아 답답하다. 아기 얼굴에 좁쌀처럼 나기 시작한 여드름인지 뭔지가 자꾸 영역을 넓혀가고있어 이유를 몰라 답답하고, 방금 밥을 먹었는데도 입을 쩝쩝거리며 우는 심리가 왜인지 몰라 답답하고, 얼만큼 안아주는 게 좋은건지, 밥은 충분히 먹고있는건지, 몸무게가 늘고는 있는건지, 똥은 왜 안 싸는건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맘카페와 유튜브로 검색을 반복하고있다. 문제는 그래도 잘 모르겠다는거다. 조리원에서의 기간을 제외하면 이제 겨우 나흘정도 짱구와 보냈을 뿐이니 이런 심정이 당연한거라 생각하는데도 행여 내가 알지 못 하고, 간과하고 넘겨버린 것이 짱구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염려되는게 사실이다. 그런 생각 끝에 대체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도 답답한 감정에 한 스푼 얹는다.
여러 걱정거리들이 머릿 속을 복잡하게 하는 것도 원인인 것 같다. 걱정들을 늘어놔보자면 당장 시급하거나 위중한 문제는 없지만서도 해결을 미루게 되는 것들이 꽤나 있는거다. 가령 블로그 해야하는데.. 작가 홈페이지 만들어야 하는데.. 가게 홈페이지도 정비해야하지.. 가게 홍보글도 좀 쓰고, 콜드 메일도 보내야하는데..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임신 때는 임신했다고 미뤘던 것들이 이제 그 때 했어야했는데 할 정도로 물리적 시간과 여유가 없는거다. 지금처럼 잠시 짬이 나도 집중력의 한계를 곧바로 느끼고 일기나 쓰고만다. 육아가 조금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기겠거니 하고있지만 그 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해두는게 맞지싶은데 공부할 마음 먹고 책상 앞에 앉았다가 책상 정리만 한 시간씩 하고 지쳐버리는게 바로 나인 것.. 아직 출산한지 2주가 겨우 넘었을 뿐인데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싶지만 손을 놔버리면 영영 놔버릴까봐 두려워 지금부터라도 조급한 마음을 갖는 것이 하루라도 빨리, 하나씩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봄이 완연해졌다. 벚꽃은 조리원 퇴소하던 날 본 게 전부이다. 그 뒤로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개 산책이라도 하고싶은데 아직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하루가 긴 것 같으면서도 금새 저문다. 어두워지는 바깥 풍경을 보면 오늘 내가 뭘 했나 하는 생각에 약간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매일 아기 수유시간을 체크하고, 기저귀를 갈고, 아기 사진을 찍는 것이 내 일상이 되버렸다. 나의 하루는 내 몸의 회복과 짱구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물론 내 몸의 회복을 위해 하는 거라곤 조금의 스트레칭과 물을 자주 마시는 것 외엔 달리 없다. (아, 오늘은 산후복대를 하나 샀군) 인스타에 올릴 사진도 아기 사진 뿐이다. 부스스한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언제든 편하게 수유를 하기위한 헐렁한 옷차림의 나는 인스타 속에 없다. 여느 엄마들이 아기를 낳고 왜 아기 사진만 피드에 올리는지 이제야 완전히 공감이 된다. 그래도 하루 한 번 샤워는 반드시 하고 있다. 그거라도 해야 겨우 사람 같아진다. 내심 남편이 날 어떻게 볼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언제든 사랑스럽게 봐 줄 사람이라고 믿고있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지금 내 몰골을 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울거다. 잡스와 짱구는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 잡스가 짱구에게 무관심해서인 것 같다. 커가면서 어떤 관계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썬 평화롭다. 이 평화가 계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