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글//임신 그므시라꼬#1
주변에 글 쓰는 블로그 오픈했다며 친절하게 링크까지 보내준터라 이런 글은 생략할까 했지만 오롯이 날 위한 블로그이니 tmi 가득한 임신과정기를 써볼까 한다.
그래도 애는 가져야지싶어 작년부터 자연스럽게 생기길 바랐지만...노력은 커녕 스트레스 덩어리 회사에서 집에 오면 잡스(우리집 개) 밥 주는 것조차도 귀찮기 일쑤라 좋은 결과를 얻지 못 했더랬다. (그래도 작년은 나에게 거의 최악의 해였으니 다행이라 생각하고있다.) 작년 말, 용하다는 점쟁이가 노력하면 애 금방 생길거라 희망을 줘서 그래 해보자싶어 2020년 1월이 되자마자 병원을 찾았다.
본인들(병원인지 정부인지) 기준으로는 남녀가 결혼을 하고(정상적인 성관계) 1년 넘게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난임이라고 판정한단다. 다소 노력부족을 핑계 삼고싶었으나 언제까지 기다릴거냐싶어 인공수정을 하기로 했다. 그것도 당장 이번 달부터. 어른들이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인공수정하면 어디 몸이 안 좋아서 하는 거라 생각해 흐에~? 할테지만 사실 요즘은 인공수정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한다. 옛날보다 난임도 많을 뿐더러 나처럼 계획된 때에 낳고싶어서라고. 하지만 인공수정한다고해서 다 아이가 잘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하니 조금 겁쉬나.(feat. 임창정-날닮은너)
절차는 빠르고 간단했다. 시술지원금을 받기 위해 급하게 보건소로 달려간 일 말고는 모든게 순탄했다. 병원에서는 늘상 하는 일인냥 내가 겁을 먹든 말든 다음 날 셀프로 배에 주사를 놓으라고 주사까지 친절하게 챙겨줬는데 내가 내 몸에 스스로 바늘을 찌르는 일을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지라 남편에게 부탁했다. (한 번에 잘 찌름) 그건 배란을 더 많이 하기위해 유도하는 호르몬제 같은 거였는데 이 때부터 나의 호르몬 노예생활이 시작되었다. (feat. 방탄소년단-호르몬전쟁)
한 여름에도 밥 먹으며 땀을 흘려본 적 없던 내가 주사를 맞은 날부터 밥 먹을 때는 물론 잠잘 때도 옷이 젖도록 땀이 나는거다. (갱년기로 착각할 뻔) 그러더니 아랫배가 똥배처럼 나오고 몸무게도 느는거다. (체력이 우선이라며 잘 먹은 탓도 있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뭐 이쯤이야했다. 몇 번의 주사를 더 맞고, 난자를 싸매고있는 난포라는 녀석이 내 뱃속에 4-5개쯤 만들어지고, 그 놈(년이라 해야하나)들이 2cm 가까이 커져있을 때쯤에는 (이 때가 인공수정 시술을 할 시기) 앉아있어도 불편하고, 서있어도 불편하고, 가슴은 스치기만 해도 너무 아파서 옷 갈아입는게 싫을 정도였다. 시도때도없이 방귀는 나오는데 변은 시원찮아 평생 변비라는 걸 모르고 살아온 나는 영 일상이 말썽스러운 기분이었다. 이런 몸의 변화를 알리가 없는 남편에게 온갖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도 남편의 눈은 그저 말똥하기만 했고, 그래 내 시중들어주는게 어디야 하며 하소연할 곳이 없어 맘카페도 가입했더랬다. 그렇게 시술을 하고서 3일째가 되던 아침에는 이대로 참아야 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평소 엄지손가락만한 난소가 지금은 주먹만큼 커져있으니 당연한 통증이라해서 꽤 당황했다. (당연한거라서 미리 안 알려주심?) 수액을 맞고나니 한결 몸이 가벼워졌고, 미리 아픈 거 안 알려줘서 미안했는지 초음파 비용은 안 받겠다고 해서 병원 바꿀까했던 마음을 고이 접었다.
현재 나의 가장 베스트 프렌드는 포카리스웨트이고 (이온음료를 많이 마셔주라고 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 녀석도 칼로리가 380이라 짜증남) 설연휴가 지나고 이번 시술의 결과를 알게된다. 뭐든 한 번에 잘 된 적 없던 인생이라 큰 기대는 하지않고있다. 다만, 다음 달 또 겪게될 호르몬전쟁이 약간 두려울 뿐. (롤러코스터도 두 번째 타는게 더 무섭다고ㄷㄷㄷ) 마음을 편히 가지는게 제일 중요하다고들 주변에서 말하는데 (그럼 나 회사 관둬도되남?) 뜻대로 될런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잠을 설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