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Essay/연재글|Series
퇴사로그 D-46
여우비오는날
2020. 4. 16. 18:38
약 30년쯤 살아오면서 두 번정도 인간 관계가 정리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20살쯤 크게 아팠을 때였고, 또 한 번은 결혼했을 때였다. 인생그래프로 그려보면 한 번은 바닥으로 향했을 때고, 한 번은 가장 위로 향했을 때였지만 그로 인해 똑같이 관계가 두터워진 사람도 생겼고, 자연스레 떠나간 사람도 생겼다.
아마 46일 뒤에 있을 내 퇴사는 세 번째 맞는 관계 정리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아쉽지만 이별을 축복해주며 내일을 기약하는 사람들은 곁에 남을테고, 퇴사일이 인연의 마지막 날인냥 나를 시한부처럼 대하는 사람들은 돌아보면 사라져 있을테지. 남편 말고는 진득하게 연애해본 적이 없어서 '잘 이별한다' 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아마도 이번 기회에 그 의미를 알게될 거 같다. 잘 이별하는 것이 떠나는 사람에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어떤 의미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