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오는날
2021. 11. 5. 13:07
엄마가 아프다. 엄마는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날이 좀 추워지기 시작하면 아팠다. 심한 감기였던 적도 있었고, 심한 장염이었던 적도 있었다. 이번엔 폐렴이라고 한다. 가게를 닫을 수 없어서 입원 수속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아빠가 나에게 내려와줄 수 있냐 했다. 내가 내려가면 내 가게를 닫아야하는 상황이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생각했다. 엄마가 아프니 말이다. 얼마 전에 혼자 집 청소를 하다가 오랜만에 평온이 찾아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쉬는 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집안 구석구석의 때를 벗겨냈다. 그리고 걱정하던 일들이 어느 정도 해결의 자리를 찾아갔구나 라고 느낀 거다. 그러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심하게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가게로 출근해 미뤄둔 쓰레기 청소를 하며 어쩌면 내 인생에 평온이라는 건 신기루 같은 걸까, 왜 괜찮을라치면 괜찮지 않아지는 걸까 라는 생각에 울음이 나왔다. 엄마가 걱정되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었다. 물론 누구보다 엄마가 낫기를 바라지만 오늘의 눈물은 좀처럼 안정을 찾기 어려운 내 삶에 대한 답답함과 짜증의 눈물이었다. 마치 잠에 들려고 할 때 누군가 자꾸 날 깨우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제발 날 내버려두라고 말하고 싶은데 원망할 대상이 없어 그저 혼자 쓰레기들을 봉투에 우겨넣으며 울음을 참았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마냥 마음 놓고 울어버리면 될 것을 참는 것도 습관이 되었는지 눈물이 흐르기 전에 재빨리 닦아내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