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하여
그래서 나는 행복한가?
따져보면 불행하다 볼 수도 있고, 얼핏보면 불행할 게 하나도 없다. 모든 건 만족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얼마 전, 지난 수 년간의 결과물이 지금의 나라는 것에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 결과물에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없었다. 남들은 크게 가난하지않고, 가족 관계도 원만하고, 적당히 건강하고,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점에서 충분히 행복한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어째서 나는 지금의 나라는 결과물이 흡족스럽지 않았던 거다. 그 이유에 대해 틈틈히 생각해보았다. 나는 왜 지금 내가 만족스럽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불행한가?
행복이라는 단어에 높은 벽이 있는 것 같다. 행복을 정의 내리기가 어렵고, 어느 정도가 행복한 것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행복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겠지만 현재 나에겐 그저 만족하느냐 마느냐 정도라 어떤 것은 만족스러우니 행복이라 하겠고, 어떤 것은 불만족스러우니 불행이라 할 뿐이다. 그렇지만 행복하냐는 질문은 언제 생각해봐도 어렵다. 행복은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 내가 오르지 못 할 목표, 내가 닿지 못 할 신기루처럼 느껴지는거다. 그래서 나는 종종 쉽게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불행은 선명히 떠오르는데 행복은 희뿌연 그림자로만 보여서이다.
내가 바라는 나는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저 장벽 너머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조금씩 스스로 저 장벽을 넘어갈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내가 크게 가난하지 않다는 점을, 가족 관계가 원만하고 적당히 건강해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점을 행복한 것이라 여겨야 하는 게 아닐까. 누군가는 그것을 안주함이라고, 자존감이 낮다고, 꿈이 작다고 할지언정 현생의 결과물에 만족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보면 종종 우연찮게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할 수 있지않을까. 불행하지 않아서 행복이라 볼 수 있죠. 라고 답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