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Essay/일상글|Diary

오픈채팅방 왜 이러는걸까?

여우비오는날 2022. 8. 18. 14:59

지금은 지역 소상공인모임의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있는데 여기는 모두 사업자들이라 다들 바쁘고 대면 만남도 적고 부담이 없어 3개월째 활동 중이지만 이전에 다른 오픈채팅방에 가입했을 땐 모두 한 달 전후로 방에서 나오고 말았다. 모두 하나같이 질려서였다.

 

오픈채팅방도 결국 다 존재하는 진짜 인간들의 모임인데 왜 이렇게 별날까 싶을 때가 있다. 뒷담화야 사람 사이라면 어딜가든 있는 일이니 상관없는데 유독 오픈채팅방에서는 사소한 일이 심각한 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누가 이랬더라 저랬더라 하는 얘기가 소송 직전까지 가는 일들을 본 적도 있었고, 알고보면 하나도 신경쓸 필요가 없는 이야기로 밤을 새며 떠드는 것도 여러번 보았다. 

 

그리고 정작 만나보면 멀쩡한 사람이 채팅방 안에서만 미친 사람으로 군림하는 모습이라든지, 반대로 방에서 조용했던 사람이 만나보면 세상 또라이라든지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중에서는 만났을 땐 아무말도 못 하더니 문자로는 자신의 심각한 열등감과 피해망상을 드러내며 협박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직장, 가족 모든 게 안정적여보이고 신사다웠던 사람이 알고보니 허언, 주작, 사람들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사람인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뭐가 다들 남 일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건지 남 이야기로 하루종일 채팅방에서 쉼없이 떠드는 사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기사만 모아서 보내는 사람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으로 생중계하는 사람

어리고 만만하고 친절한 사람들만 골라 깎아내리고 놀리는 일진같은 사람

관심없는 척 하면서 갑자기 등장해 훈장질하는 사람

...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오픈채팅방인데 대부분 본인의 실제 인격과는 다른 인격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워낙 가식 떠는 걸 질색하고 바른 말 하기를 좋아하니 대체로 입 닫고 있거나 남 이야기에 부정적인 호응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아마 나같은 유형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몇 년동안 여러 오픈채팅방에서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 사람들 대부분은 실제로 남 일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거다. 자신의 비어있는 시간을 즐겁게 떼우거나 좋은 이성을 만나거나 괜찮은 취미 생활을 하고 싶은 목적으로 들어갔다가 이상한 파도에 휘말리면서 다른 인격으로 언행하게 된다. 그런데 왜 오픈채팅방에만 들어가면 이러냐고. 익명이 주는 해방감 같은 걸까. 모르겠다. 한동안 오픈채팅방의 이해하기 어려운 성질 때문에 골머리를 썩다가 그냥 다들 외로워서 그런걸거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은 뒤에는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더 깊게 생각해보지 못 했다.

 

대학 때 이유없이(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를 싫어하고 괴롭히는 선배들을 보며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즐거운 학교 생활하려고 들어왔을텐데.. 저 많은 학과 중에 같은 학과에서 만나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나와 똑같은 마음이 분명히 있을텐데 왜 나를 괴롭힐까... 하고 고민했던 그 순진한 생각을 채팅방을 경험하며 또 한번 했던 것 같다. 다들 친구나 사겨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픈채팅방에 들어갔을텐데 대체 왜 이러는걸까 하고 말이다.

 

어쩌면 애초에 현실 속 내가 아닌 다른 성격의 나로 살고싶은 욕망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내가 저 급류를 같이 타지 못 하면 낙오하고 말거라는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채팅방 속 모습이 자신의 본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 : 다 남이다. 주변에 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