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가 어느새 신생아 딱지를 뗐다. 생후 30일까지가 신생아라는데 그 사이 예방접종 주사도 2번 맞고, 몸무게도 1kg가 넘게 늘었다. 보기 다르게 통통해진 볼살을 보면 갓 태어났을 때 얼굴이 어디갔나싶다. 아기 크는 거 금방이라더니 이렇게까지 금방일 줄이야. 조리원 퇴소 후 약 2주 간의 집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고강도 체력 훈련과도 같았다. 새벽에 3-4번씩 깨는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트름을 시키고 재우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피로함에 하루종일 좀비처럼 흐느적거렸고 의식도 또렷하지 않았다. 또 언젠가는 안고 재워달라는 울음을 이해하지 못 하고 그저 배가 고픈건가싶어 텀도 없이 먹였다가 소화가 안되서 더 울고 보챈다는 걸 눈물로 지새운 밤을 보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아기가 보내는 신호와 패턴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관리사님과 유튜브 속 전문가들을 통해 배우게 되면서 4월에 들어서는 그래도 조금 할만한 정도가 되었다. 그 사이 황달기가 있는 아기에게 모유를 일주일정도 끊어보자는 관리사님 말에 아무 계획도 없이 단유를 결심했다가 젖몸살이 제대로 와서 일주일동안 가슴을 도려내고싶은 고통에 시달려야했다. 약을 먹고 단유해버리겠다며 병원에서 단유약을 처방받고 유방외과에서 초음파 검사까지 했지만 황달이 좋아진 짱구를 보며 다시 모유수유에 의지가 생겨 단유는 조금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수유를 시작하고 다시 가슴 상태가 나아진 것에 대한 기쁨도 잠시. 젖병에 익숙해진 짱구가 젖을 잘 물어주지않아 이제는 별 수 없이 다시 단유를 하게 생겼다. 이제는 어떤 방식과 흐름으로 단유를 하는건지 알기 때문에 내일부터 차근히 실행해볼 생각이다. 전엔 단유를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자세히 나와있는 콘텐츠가 없어서 꽤나 고생했었기 때문에 조만간 단유 일지를 적어 다른 산모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싶다. 정말 단유 시도하며 가슴 통증 때문에 괴로웠던 거 생각하면 둘째를 낳기 싫을 정도다.
P 성향인 내가 요즘 반성 아닌 반성을 많이 하고있다. 그건 바로 공부와 계획의 부족에서 오는 고생 때문이다. 미리 공부해놓고, 계획을 세웠더라면 고생하지 않았을 일들을 겪게되면서 지금은 고민이 생기거나 궁금한 건 무조건 열심히 찾아보고있다. '옛날에 엄마들도 다 흘러가는대로 키웠어' 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아기 키우기는 교육없이 맨몸으로 부딪히기만 하면 쉽게 지치기 일쑤다. 내가 바로 그랬다. 몸과 마음의 여유가 하나도 없으니 사랑스러운 짱구를 보면서도 미소 한 번 짓기가 어려웠다. 머릿속엔 온통 왜 그럴까, 힘들다, 답답하다, 고통스럽다, 도망가고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남편과도 날 선 말투로 한 두번 대화하다보니 고립감이 점점 커져 작은 말 하나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다 아기에 대해 알아야한다며 수유, 잠, 배변 등을 매시간마다 기록하고 패턴을 파악하기 시작하니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생겼다. 하나 둘 짱구가 보내는 신호가 보이면서 드디어 질문과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보이지 않으니 뭘 물어보고, 뭘 검색해서 공부해야하는지도 몰랐다. 까막눈이던 내가 서서히 빛을 보게 되니 자신감이 생겼고 앞으로 성장하면서 겪게 될 일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세우게 되었다. 관리사님께서는 짱구가 그래도 잘 보채지도 않고, 순한 편이라고 하셨다. 보챌 때도 자지러지게 울거나 오래 짜증을 내지 않고 간단한 욕구만 충족되면 금방 안정을 찾는 아이라고. 그러니 그간 내가 힘들었던 건 짱구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나로인해 힘들어하고 있었던 거다.
관리사님이 계실 때는 짱구를 전혀 케어하지 않고있다. 처음에는 그러면 안된다 생각해서 꾸역꾸역 뭐라도 하려고 했는데 최대한 쉬어야 한다는 육아 선배들의 말을 믿고 정말 밥먹고 자면서 최대한 쉬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시간도 이제 다음주면 끝이다. 관리사님이 떠나면 혼자서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8-9시간동안 짱구를 돌봐야한다. 단유도 해야하고, 조만간 아기 수면교육도 해야한다. 둘 다 너무 중요한 일이라 두려움이 앞서긴 하지만 이제는 내가 뭘 해야할지 알기 때문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해보려한다. 부디 나도, 짱구도 아픈 일없이 크게 힘든 일없이 무사히 그 계획들을 실행해서 다음 글에 기분좋은 성공 후기가 담겨지길 바란다.
<생후 35일 추천 육아템>
1. 모로반사 방지 이불
- 머미쿨쿨 제품이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해피테일즈 제품으로 샀다. 가격은 5만원대.
- 속싸개를 하고 재우기엔 더울 것 같아서 이 제품을 샀는데 메쉬소재라 시원하고 거부없이 첫 날부터 잘 잤다.
- 추후 수면교육에도 사용할 수 있어 사두길 잘 했다.
2. 좁쌀베개
- 네이버 스토어에서 30cm 정도 되는 크기로 샀다. 가격은 1만원대.
- 가슴을 눌러주면 안정감에 잘 잔다는 엄마 피셜에 그 자리에서 바로 질렀는데 효과가 좋았다.
- 낮잠 재울 때 이 베개로 한 쪽 팔이나 다리 눌러주면 모로반사 방지에 좋다.
3. 신생아 아기띠
- 베이비뵨 미니 제품으로 샀다. 가격은 14만원 정도.
- 슬링과 코니 아기띠를 고민하다가 아빠와 같이 쓸 수 있고 튼튼하다는 점, 시원한 소재 때문에 골랐다.
- 졸리다고 보챌 때 아기띠로 안아주고있는데 처음에 칭얼거리다가 졸기 시작한다. 문제는 아기띠에서 재웠어도 아직 사용에 서툴러서 내려놓을 때 아기가 거의 깨버린다. 안 깨우고 내려놓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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