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의 언어가 놀랍도록 발전했다. 알아듣는 건 돌 이후 다 알아들었고, 16개월쯤 지나자 알아듣는 수준을 넘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의 단어들을 어줍지않게 구사하곤 했었다. 그래봐야 물, 치즈, 아찌(젤리를 아찌라고 한다)처럼 먹고싶은 것을 간단히 말하는 정도랄까? 물론 그도 놀랍긴 했지만 요즘은 정말 매일 매일 놀란다. 얼마 전부터 아빠, 엄마와 같이 익숙한 주어를 앞에 뒤에 동사나 목적어를 붙여서 말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아빠 집에', '엄마 앉아' 와 같은 말들. 여자아이들이 확실히 빠르다고는 했지만 짱구는 3월생이기도 하고, 아기 때부터 책 읽기나 말 걸기를 습관처럼 해오던 탓에 발화가 잘 트인 것 같다. 나나 남편이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아이가 있을 땐 그래도 거의 쉬지않고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리액션으로 하는 말들을 포함해서. 그러다 보니 짱구도 말이 차근차근 잘 느는 것 같은데 어제는 색깔 이름도 척척 맞추는 걸 보았다. 주황, 검정, 하양, 파랑, 노랑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색깔 친구들의 이름을 맞추고 물건들의 색깔을 물어보면 그 색을 또 말한다. 남편과 나는 얘 천재아니냐며 우리끼리 있을 때니 주접도 떨고 한다. 아이의 성장에 우리는 박수를 치고 놀라고 웃는다. 힘들었던 일상이 조금 평화로워지자 생긴 우리의 행복이다.
어제는 또 목욕을 하고 나와 아직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는데 쉬쉬~ 라고 하며 쉬 마렵다는 표현을 하더니 변기 의자에 쉬를 누고 일어나는 것 아니겠는가! 홈플러스에 갔다가 저렴하길래 사온 엄마 까투리 변기의자를 6개월 넘게 거실에 놔주고 정말 의자처럼 사용만 했는데 처음으로 아이가 그곳에 용변을 보니 의자에게까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폭풍 칭찬을 해주니 신이 나 펄쩍 펄쩍 뛰는 짱구. 그 모습을 보며 아이가 잘 크는 모습을 보는 게 이토록 행복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두 돌 지나고 서서히 배변 훈련해야지 싶었는데 이제 조금씩, 자연스럽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쁘다. 부디 아이가 기저귀를 벗는 즐거움을 느껴보길.
두 돌을 한 달 앞두고 우리는 평온을 되찾았다. 3주 내내 짱구와 나를 괴롭히던 감기로부터 해방되었고, 새벽에 울며 깨서 우리를 고달프게 했던 짱구도 깨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답답함에 칭얼거리고 강성으로 울어대던 것도 이제는 조금 받아들일 줄 아는 힘이 생겼고, 그렇게 참아내는 모습이 기특해서 가능한 한 번 더, 조금 더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려고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매서워졌지만 우리집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폭풍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겠지만 이 평온, 가능한 오래 만끽하고싶다. 요즘은 짱구를 등원시키고나면 보고싶어질 정도로 아이와 있는 시간이 즐겁다. 물론 피곤하기도 하고, 지칠 때도 있지만 아이를 보는 즐거움이 커진 건 분명하다. 오늘은 짱구가 어떤 말을 해줄까? 얼만큼 또 성장해있을까? 매일이 기대되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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