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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Essay/일상글|Diary

임신준비기록(8) - 채취

#채취

6시 30분에 일어나 7시 30분까지 병원에 도착.

토요일 채취는 이른 시간에 하는구나. 본인 확인을 끝내고 바로 채취 대기실로 들어갔다. 나 말고도 서너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가운을 입고 수액 주사를 맞고 얼마 뒤 채취실로 들어갔는데 회색빛 공간에 덩그라니 의자와 모니터들에 덜컥 겁이 났다. 아프면 어쩌지. 잘못되면 어쩌지. 수면 마취가 아니라서 모든 걸 보고 느껴야한다는 점도 두려웠다. 술을 잔뜩 마셨을 때처럼 헤롱한 느낌이 들더니 채취가 시작되었다. 아래 마취도 했는데 아프진 않았지만 마취할 때마다 두드리는 느낌이 아주 불편했다. 난자가 채취될 때마다 개수를 알려줬다. 한 켠에 있던 모니터에는 채취된 난자가 실린더에 담기는 모습인지, 난자가 채취되고 있는 모습인지 모를 화면이 나왔다. 스포이드로 뭐가 쏙 빨려들어가고, 뭐가 쏙 빠져나오는 것이 반복되는 장면이었다. 채취 후반 부쯤 갑자기 눈물이 났다. 감정의 요동이 없는 이상한 눈물이었다. 몸을 움직이면 안되서 울음을 참느라 몸이 들썩였다. 회복실에 누워서도 그렇게 한참 눈물을 닦아냈다. 수액 주사를 잘못 뽑는 바람에 피가 침대와 바닥에 후두둑하고 떨어졌는데 아마 그걸 보지 않았더라면 좀 더 울었을지도 모른다. 마취가 풀리니 생리통처럼 아파왔다. 콕콕 쑤시는 느낌도 들었다. 두 번은 안 하고싶다고 생각했다.

 

#진료비

난자, 정자 채취비, 주사비 등 596,600원

자부담비 45,560원

약값 102,160원

 

얼마간 계속 눈물이 났다. 슬프다거나 서럽다거나 하는 감정은 별로 없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났다. 설렁탕을 먹으러 가서 남편이 '난자채취 후 눈물' 이라는 걸 검색해 보여줬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채취 후 눈물이 났었다고. 호르몬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그 놈의 호르몬. 내 난자 7개가 모두 건강히 배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