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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Essay/일상글|Diary

육아기록(6) - 생후 105일, 방 분리와 유모차

 얼마 전 짱구의 100일이었다. 이렇다 할 이벤트는 따로 마련하지 않았고, 사진은 남겨두고싶어 알리익스프레스로 사두었던 백설공주옷과 보드배경지를 활용해 스튜디오로 향했다. 제주도에서 온 아빠, 서울에서 온 20살 차이의 사촌오빠도 동행했다. 촬영은 금방 끝났지만 요란스럽게 준비한 탓에 땀이 줄줄 흘렀다. 소나기가 오기 직전의 후텁지근한 날씨도 한 몫했다. 한 여름과 다를 바 없는 6월 중순. 이제 우리나라도 동남아같은 여름이 되는걸까? 낯선 환경과 부산떠는 어른들에 정신 없던 짱구는 다행히 촬영이 다 끝나고서 울음을 터트렸다. 뜻하지 않게 3대가 함께 100일을 보냈다. 아빠가 온 건 좋은 일이었지만 아빠의 방문으로 따라오는 여러 성가신 일들 때문에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다. 아빠는 1박 2일을 우리집에서 보내고 나머지 기간은 서울에 가서 지냈는데 그 시간동안 엄마 혼자 가게를 맡아서 하느라 꽤나 애먹은 모양이다. 아빠는 이 참에 제대로 쉬고 만날 사람들도 만나고 가겠다 작정한 듯 했고, 엄마는 손녀를 핑계로 가게를 비우고 놀러간 아빠가 미운 듯 했다. 그 후폭풍과 감정 폭탄이 모두 나에게 쏟아져 결과적으로 나는 아빠가 온다고 하는 걸 말리지 않은 나쁜 딸이 된 것 같았다. 짱구의 100일은 이렇게 내 부모와의 지긋지긋한 감정 싸움으로 끝이 났다.

 

 품에서 졸던 짱구는 100일을 넘기면서 스스로 등을 대고 자기 시작했다. 졸리면 안아주고 품에서 눈을 꿈뻑꿈뻑할 때쯤 눕혀 재우던게 우리의 패턴이었다. 그것도 바로 잘 확률이 70% 정도? 나머지 30%는 혼자 버둥거리다가 불편하면 울어서 여러번 안아 달래고 눕히고를 반복해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로 눕혀볼까싶어 안자마자 눕혔더니 혼자 쪽쪽이를 움뇸뇸하고 손도 꼬물꼬물거리더니 그대로 잠에 드는거다. 우연일까싶어 그 날 이후 계속 바로 눕혀봤는데 오늘까지 60% 정도의 확률로 바로 잔다. 워낙 통잠을 일찍 자던 아이라 100일의 기적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기적이라면 기적이겠구나 싶었다. 7kg가 넘는 아기를 안아 재우는 것이 슬슬 힘에 부쳤는데.. 짱구는 효녀다.

 

 아기 침대를 거의 꽉 채울만큼 성장한 짱구는 오늘부터 방 분리 연습에 들어갔다.(본인은 알랑가몰라) 작은 방 하나에 슈퍼싱글 침대를 놓고 짱구 물건들로 채웠다. 낮잠을 재워보니 지금까지는 잘 잔다. 암막이 덜 되어 빛을 차단해줄 블라인드를 하나 더 주문했다. 안방 아기침대에서 자던 환경과 최대한 똑같이 하려고 스피커와 무드등도 같은 걸로 두었다. 오늘 밤도 아기 방에서 재워보려고 했는데 남편이 걱정을 한다. 방이 덥고 답답해 아기가 잘 깨거나 영유아 돌연사가 염려스럽다는거다. 나 또한 모든 불안요소들을 없애는게 좋다는 것에 찬성하기때문에 일단 시험삼아 내가 오늘 아기 방에서 자보려고 한다. 방이 너무 밝거나 시끄럽거나 답답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정해나가야하니까. 아기와 떨어져 자려고 하니 내심 서운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잠자는 숨소리를 들으며 같이 자는게 돌이켜보니 작은 행복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방 분리는 불가피한 일. 물론 새벽에 깨서 울면 건너 방까지 가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앞으로 감당해야할 일이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기와 한 방에 잘 방법이 없는 것을. 부디 짱구가 자기 방에서 잘 적응해나가길 바랄 뿐이다.

 

 지난 주에는 유모차를 보러갔다. 당근으로 받아온 디럭스를 쓰고 있는데 슬슬 휴대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난 번 글에서도 말했지만 유모차계에도 명품이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스토케니 뭐니 하는 브랜드가 단연 1위였단다. 그런데 지금은 줄즈라는 브랜드가 제일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저런 옵션을 더 하면 휴대용 유모차 기준 80만원대다. 쓰는 기간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더 싼 제품들도 있다는 것이 우릴 고민스럽게 했다. 브랜드를 제외하면 유모차들의 성능은 거의 비슷하다. 얼마나 잘 접히는가, 접혔을 때 부피가 얼마나 작은가, 핸들링과 서스펜션이 좋은가 등등. 대체로 국산 제품들이 효율성면에서 우수했고, 해외 제품들이 디자인과 견고함면에서 우수하다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미세한 차이에 불과했다. 그래서 매장 사장님께 비싼 것과 저렴한 것의 차이가 뭐냐고 했더니 브랜드빨이란다. 부모들 사이에선 어떤 유모차가 얼마쯤 하는 걸 다 알고있으니 가방이나 차처럼 유모차 하나로 저 집이 잘 사네마네 하는 판단이 선다는거다. 아니라고 부정할 순 없지만 육아용품에도 이런 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이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아직 아이가 어려 휴대용 유모차를 타기엔 무리라 당장 사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당연히 중저가의 국산 제품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인기 많다는 브랜드와는 가격차이가 2배 이상인데 성능이나 디자인면에서 빠지지 않다는 점이 선택의 이유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명품 가방이니 외제차니 해외여행이니 하는 것들을 다 경험해보고 자랑도 해보고 살아본 나로써 남들 눈을 의식하고 사는 것이 그저 다 돈지랄 시간낭비였음을 집을 마련할 때 뼈저리게 깨달은 바다. 

 

 그래서 몇 일 전 당근으로 국산 브랜드 유모차를 하나 들였다. 판매자가 10만원에 내놓은 걸 당장 사겠다며 9만원에 딜하고 집에 데려왔는데 상태가 너무 새것이라 판매자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비닐이며 사용설명서며 박스며 모두 풀로 보관한 판매자가 그저 감탄스러웠다. 9만원짜리 중고 유모차를 바라보는데 웃음이 났다. 하마터면 30만원짜리 살 뻔했잖아? 라며 말이다. 훗날 짱구가 엄마는 내가 탈 유모차에 돈 쓰는게 그렇게 아까웠나라며 서운해할까? 상관없다. 잘 타면 그만이다. 타다 아쉬우면 새거 사면 그만이다. 이번에 확실하게 깨달았다. 알뜰하게 소비하는 것이 플렉스보다 기쁜 일이라는 걸!

 

 

<100일 아기 육아추천템>

 

1. 똑게육아(책) / 1만원대, 알라딘 추천

 - 아기를 키운다면 어떤 부모든 아기 수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책 하나 있으면 그래도 좀 든든하다. 날 믿고 이렇게만 해보세요! 하고 똑부러지게 말해주니 말이다. (아님말고)

 

2. 티지엠 쪽쪽이(올실리콘) / 2개 1만원대

 - 아벤트, 모윰, 빕스 등 국민쪽쪽이라는 건 다 물려봤는데 다 거부. 티지엠으로 정착했다. 색상이 4개인데 처음에 2개만 샀다가 최근에 다른 컬러 2개 더 샀다. 쪽쪽이 빠질 때마다 씻어야해서 잘 무는 거 많이 쟁여두는게 편할 것 같아서였다. 이 쪽쪽이 단점이 무는 쪽이 바닥에 잘 안 닿는다는거다. 좀 무겁긴한데 짱구는 좋아한다. 같은 브랜드의 클립도 좋다. 마더케이니 뭐니 예쁘다는 클립들 다 필요없었다. 편리한게 장땡.

 

3. 리안 그램플러스 휴대용유모차 / 신형기준 30만원 초반, 중고 추천

 - 가볍고 잘 접힌다. 차양막이 커서 좋다. 잘 굴러가고 접었을 때 부피가 크지 않다. 안전바가 T자 형태이고, 신형은 벨트가 자석이다. 나는 2021년형을 중고로 샀는데 벨트가 자석이 아닌 점이 다소 아쉽지만 나머지 부분은 모두 만족스럽다. 유모차 매장 사장님 말로는 리안 신형을 살 바에 타보 신형이 좋고, 중고를 산다면 추천이라 한다.

 

4. 알리익스프레스

 - 특이한 디자인의 아기 옷 많음. 품질은 보장할 수 없으니 리뷰를 잘 보면 득템 가능. 배송기간이 최소 2주 정도되니 이점 참고해서 주문해야함. 아래 보드배경과 옷 모두 알리에서 삼.

100일을 맞은 100설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