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원더윅스와 뒤집기지옥은 어느정도 평온을 찾았다. 3주 가량 정말 몸도 마음도 지쳐있어 생일에도 마냥 쉬고만 싶었다. 그래도 생일 날 딱 하루만이라도 울지 않아주길 바랐던 바람은 짱구가 들어주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정말 그 날 딱 하루 울거나 크게 보채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짱구의 큰 울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며 그래도 고맙다고 혼잣말 하고 말았다.
4개월 예방접종을 맞을 겸 소아과 진료를 함께 보았다. 몇 주 전쯤 조리원 동기가 짱구가 과체중 같다고 상담 한 번 받아보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남편과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별 신경쓰진 않았다. 아기가 딱히 컨디션이 안 좋다면 걱정했겠지만 잘 먹고 잘 노니 문제있겠나싶었고, 그건 사실이기도 했다. 다만 의사선생님 말로는 다소 과식하는 것일 수 있으니 운동량을 늘려주라고 하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짱구는 하루 900-1000ml씩 먹고있었다. 혼자 기지도 못 하는 아기의 운동량은 어떻게 늘리면 좋을까? 그래, 이럴 때 장비빨 좀 받아봐야지! 하고 점퍼 하나를 대여했다. 6개월 이후부터 타는 게 좋다고 되어있었지만 목과 허리 힘이 좋으면 더 이른 시기도 괜찮다길래 배송 온 점퍼를 바로 설치해 태워봤다. 결과는 대성공. 폴짝폴짝 뛰며 재밌어하는 짱구를 보니 육아에 도움이 되는 템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나 또한 신이 났다.
소아과를 다녀오고서 벼르고 있던 수유텀을 벌려보기 시작했다. 원래 3시간씩 총 5회 수유를 했었는데, 4시간씩 4회로 텀은 늘리고 횟수는 줄여보자고. 그러면서 하루 총량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회당 200-220ml이 최대치인지라 4회를 먹으면 900ml가 안되었다. 그래도 크게 배고파하지않고 짱구는 4시간 수유텀에 적응해나갔다. 나도 하루에 수유를 한 번 줄이니 좀 수월해졌다. 정말 3시간 텀은 돌아서면 금방이긴했다. 지금은 분유를 먹고, 한시간쯤 신나게 놀다가 눈을 부비적거리면 바로 재운다. 이틀에 한 번 꼴은 밤잠 자는 걸 어려워해 크게 울고 힘들어하긴 하지만 남편과 바통터치해가며 아기를 재우고 있다. 밤 10시, 11시가 되어서도 아기가 자지 못 하면 마음이 조급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도 한결 내려놓았다. 우리야 빨리 아기를 재우면 더 많이 쉴 수 있으니 좋겠지만 아기가 힘들지않게 잘 자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 여유있게 기다려보기로 한 것이다. 물론 평화로운 상태로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건 아니다. 졸리다고 자고싶다고 있는 힘껏 울고 칭얼거리다 지쳐 잠든다. 기절하듯 잠든 아기를 조용히 내려놓고서 눈물 범벅이 된 아기 얼굴을 보면 짠하다. 달래는 우리보다 저가 더 힘들겠지.
8월이 되고 날씨가 말도 못 하게 더워졌다. 매년 찜통더위, 열대야 같은 건 있어왔지만 이번만큼 더웠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구가 뜨거워졌다. 그러니 외출도 어렵고, 집에만 있어야해서 조금 답답하긴 하다. 얼른 날씨가 선선해져서 짱구와 잡스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고싶다. 비염 때문에 가을이 좀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알러지약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고생스러웠던 작년보다야 낫겠지.
아기가 음마음마 하며 엄마를 부르는 듯한 소리도 내고, 이름을 부르면 고개도 돌려 쳐다보고, 스스로 쪽쪽이를 잡고 입에 물거나 젖병을 잡고 먹는 등 원더윅스 이후 눈에 띄는 성장을 하고있다. 내가 보이지않으면 옹알이로 나를 찾는 듯한 소리도 내고, 우리의 움직임을 따라 요리조리 부지런히 시선을 따라다닌다. 몸무게는 이제 10분을 안고있기가 힘들 정도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예쁘다. 이렇게 예쁠 수 있나 싶을정도로 예쁘다.
매일 밤마다 아기 장난감을 닦으며 아기 키우는 일이 그래도 참 행복하다 생각한다. 누군가는 육아를 희생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모든게 다 우리의 행복을 위한 우리의 선택이었고, 수 천번 시간을 되돌린다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몸이 좀 고되고, 모르고 서툰 게 많아 고민스러운 날들이 많지만 괜찮다. 결국 괜찮아진다. 그저 아기와 우리가 건강하기만 한다면 모든 건 결국 괜찮아진다. 빠르게 커가는 짱구의 모든 순간들이 잊혀지지 않도록 잘 기록해두고싶다. 짱구의 작은 변화에 감격하는 날들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이 평화가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
<5개월 아기 육아 추천템>
1. 졸리점퍼 / 대여 추천
- 당근에 대여 가격만큼으로 팔긴 하지만 나는 대여를 택했다. 워터매트도 공짜로 주고, 배송도 무료고, 대여비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55일 대여 32,000원 정도 했다. 짱구는 8kg가 조금 넘어서 슈퍼스탠드로 대여함. 훨씬 안정적이다.
2. 메디토이 치발기 / 1만원 초반대
- 손목에 끼는 형태의 치발기인데, 거의 국민육아템 수준 같다. 짱구에게 여러 치발기를 물려줘봤는데 이걸 가장 오래 씹는다. 손에서 빠지지 않으니 나도 편하고 좋다.
3. 아기병풍 / 3만원 중반대
- 브랜드는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 나는 8개짜리 병풍을 구매했는데 처음에는 별 반응 없다가 뒤집기 하면서 거울을 보고 웃기도 하고, 최근에는 그림들에 손을 갖다대며 관심을 갖기도 한다. 병풍을 둘러서 아기를 가둬두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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