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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Essay/일상글|Diary

육아기록(7) - 생후 133일, 원더윅스와 뒤집기(지옥)

 육아기록을 안 쓴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다니. 100일이 지나고 몸도 어느정도 회복하여 운동과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매우 느리지만 체력도 올라오고있고, 몸매도 제자리를 찾아가고있다. 그러는 사이 짱구는 아주 평화롭게 잘 성장하고 있었다. 손에 뭔가를 쥐는 행위를 자주 했고, 옹알이도 늘었다. 목 등 대근육 힘이 좋아져 겨드랑이에 손을 끼고 들어 안아도 머리가 흔들리지 않았고, 우리 행동에 대한 반응과 교감도 부쩍 늘었다. 그 분이 오시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였다. 이 정도면 둘째 빨리 낳아도 되겠는데? 하는 어리석은 희망을 가질 때쯤 원더윅스라는 분이 오셨다. 그게 뭐죠?

 

 원더윅스는 쉽게 말해 아기가 급성장을 겪는 시기를 뜻한다. 신체적, 정신적 성장을 모두 포함하는데 원더윅스 기간에는 평소와 달리 아기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주로 보인다. (수유거부, 잠퇴행, 이유없는 울음 등등) 그 중 120일, 4개월차(17주~)가 되었을 때 오는 이 어마무시한 원더윅스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간 빠르게 성장해오던 신체 발달은 어느정도 속도가 늦춰지고, 정신적으로는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시기이다. 뇌가 크게 발달하며 사물과 주변에 대한 인식을 자라고, 주양육자를 정확히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 말인즉슨 엄마 안 보이면 운다는 거다. 짱구에게도 어김없이 이 분이 오셨다. 그것도 뒤집기 지옥님과 함께 오셨다. 하루에 많게는 4-5번, 적게는 1-2번씩 잘 달래지지 않는 칭얼거림이나 강성 울음을 터트린다. 졸려하는데 자질 못 하고, 먹으면 먹는대로 부대낀다고 울고, 배가 조금만 고파도 곧 안 먹으면 실성할 것처럼 운다. 안아주면 몸을 뒤로 재끼면서 용을 쓰며 울음이 커지고, 눕히면 누운채로 세상이 떠나가라 운다. 그야말로 다시 신생아를 키우는 기분이랄까? 아니, 신생아 때도 이렇까진 울지 않았다. 그 땐 우리가 수유타임이나 재우는 방법이 서툴러 운 것이었지만 지금은 잘 먹여도, 잘 재워주려고 해도 좀처럼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 오늘도 다른 날보다 비교적 평화롭게 마무리하는구나 싶었더니 밤잠을 자지 못 하고 두시간 내내 목이 쉬어라 울다가 분유를 좀 타주니 기절하듯이 내 품에서 잠들었다. 

 

 뒤집기 지옥으로 말할 것 같으면 태어난지 딱 4개월이 되던 7월 9일에 혼자 뒤집기에 성공하더니 이후론 눕기만 하면 뒤집고, 다시 되집지 못 해 그 자리에서 또 울음을 터트린다. 이 때는 달래주면 그래도 어느정도 달래지는데 요즘엔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니 뒤집기를 거의 못 하게끔 하고있다. 엎드려있는 것이 아기 운동에 좋지만 우는 아기 달래는 것이 내 건강을 심히 해친다고 생각해서다. (어차피 클놈 클) 오늘은 울지 않길래 장난감을 보게끔 잠시 눕혀놓고 집안일을 좀 하는 사이 혼자 뒤집었다가 다시 되집기를 성공하는 장면을 홈캠을 돌려보고서야 알았다. 하지만 우연이었는지 그 후로 또 되집기를 하지는 못 했다. (또 울었다는 거다.)

 

 운동으로 꾸역꾸역 끌어올리고 있는 체력을 고스란히 아기 달래는데에 쓰고있다. 안아주다 내려놓으면 우는 아기 때문에 집에서도 아기띠를 했다 풀었다 하고있고, 어제부터는 아예 휴대용유모차에 아기를 앉혀놓고 달래고있다. 유모차에 앉아있으면 좀 진정이 되긴하는데 오늘 유모차에서도 들썩거리며 눈살을 찌푸리는 짱구를 보며 이 마법도 곧 풀릴 것 같다. 아기를 울리지 않기 위해 우리 부부의 부던한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각종 동요, 된소리, 특이한 소리, 웃긴 표정들로 아기의 정신을 빼놓으려 애쓴다. 오늘은 우는 아기를 품에 안고 허밍을 하는데 옆에서 남편이 작곡하냐고 했다. (듣고보니 기분 나쁘네..) 여하튼 달래는 우리도 여간 힘든 게 아니지만 울음 말고는 제 상태를 표현할 길이 없는 짱구가 제일 힘든 시기를 보내고있다. 안쓰럽다.

 

 그래도 어제는 우리 부부의 8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이해 아기를 데리고 백화점 나들이를 짧게 했다. 네컷 사진을 찍었는데 하루종일 찍은 사진을 보고 또 보며 커다란 행복감을 느꼈다. 그간 둘이서만(잡스 포함 셋) 보내던 결혼기념일에 짱구라는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꼈다. 남편도 차에서 잠든 서호를 보며 여느 기념일보다 기억에 남을 기념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아기가 아무리 울며 우리를 힘들게 해도 행복은 행복인 거다. 이건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내일은 내 생일이다. 짱구가 내게 울지않는 하루를 선물해주었으면 좋겠다. 

 

 

<4개월 아기 육아 추천템>

 

1. 범보의자 / 당근 추천

 - 목과 등허리 힘이 좋아지면서 앉아있을 수 있게 되는데 이 때 좋은게 범보의자다. 나는 친구에게 물려받은 것 하나 말고도 바퀴가 달린 에시앙 범보의자(쿠션포함)를 당근으로 샀다. 둘 다 식판을 탈부착할 수 있어 나중에 이유식 시기가 되어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2. 에듀테이블 / 당근 추천

 - 타이니러브모빌과는 거의 작별. 아기체육관도 오래 하지 않을 때쯤 들이면 좋은 장난감이다. 다소 정신없어 보이나싶은데 꽤 잘 갖고논다. 아직 버튼을 의식적으로 눌러보지는 못 하지만 소리, 빛, 그립감에 한 번씩 폭주하며 놀기 가능. 각도 조절이 가능해서 아기가 누워서, 앉아서 갖고노는 것 모두 가능하다. 바퀴도 달려있어서 옮길 때 편하다. 

 

3. 유튜브 로운맘TV 

 - 원더윅스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있다. 이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아기가 대체 왜 이러는걸까 하며 매일 이마짚 연속이었을거다. 많은 서적들을 읽고 정리해줘서 따로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리고 일단 이유를 알면 마음이 편해진다.

 

 

아. 그리고 배냇머리도 깎았다. 빡빡이 졸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