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이제 1.9kg가 되었다. 불어난 배를 봐도 짱구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작은 몸짓도 크게 느껴질 때면 짱구를 만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 실제로 요즘 출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출산에 대한 지식들을 늘려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두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건강과 상황이 허락한다면 자연분만을 할 생각이지만 사실 제왕절개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짱구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낳을 수 있는 거라면 고집 부릴 필요가 없다. 그래도 시기만큼은 2월이 아니라 3월에 낳고싶다. 별 다른 이유는 없지만 가능한 예정일에 맞게 낳고싶다. 뱃 속에서의 하루가 바깥 세상에서의 일주일보다 낫다는 말을 들어서일수도 있겠다. 물론 예정일을 많이 넘겨서는 안되겠지만. 짱구가 예정일을 딱 채워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초음파 검사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 머리 둘레, 배 둘레, 다리 길이를 재면서 짱구 몸무게를 보고 있었는데 녀석이 눈을 꿈뻑꿈뻑 거리는거다. 태아들이 뱃 속에서 실눈을 뜨기도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정말 짱구의 눈 뜬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남편과 우스갯소리로 눈 뜨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나눴던걸 짱구는 기억하고 있던걸까? 검사대에 누워 자고 있는 짱구를 깨우기 위해 배를 두드렸었는데 그 바람에 눈을 뜬 걸까? 의사 선생님이 보더니 실눈 뜨는 건 봤어도 이렇게 크게 눈을 뜨고 있는 건 본인도 신기한 광경이라 했다. 눈을 꿈뻑이며 무슨 일일까 싶은 표정을 짓는 모습을 집에 돌아가서도 수 십번 돌려보고 웃고 또 웃었다.
2023년 1월 1일이 되자마자 남편은 어머니 수술과 간호를 위해 입원실 생활을 했다. 때문에 2-3일간 혼자 가게에 출근해서 일을 했는데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셋 째날쯤 되었을 때는 온 몸이 붓고 피로도가 심해 극도로 예민해진 감정 탓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모든 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누굴 탓할 수도, 그렇다고 나보다 더 힘들 남편에게 응석 부릴 수도 없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약을 챙겨주러 가는 그를 보며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더 눈물이 났던 것 같다. 부모가 되는 걸 앞두고 제 부모를 위해 시간과 체력을 희생하는 경험을 하며 우리 부부는 각자 많은 걸 느꼈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태어날 짱구에 대한 책임감과 어떤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들을 새기고 나눴다.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한 층 더 돈독해지고 성숙해지는 새해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짱구를 만나기까지 50일이 남았다. 어차피 어려울 것이고, 어차피 힘들 게 뻔해서 다가올 육아전쟁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으려 한다. 그저 찾아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짱구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짱구야, 건강하게만 태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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