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가 3kg 가까이 자랐다. 이대로라면 예정일까지 3.5kg 정도 될 거라고 한다. 초산모에게는 무리가 될 수 있는 크기라 진통이 예정일보다 빨리 올 수 있도록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다시 한 번 의사의 권고를 들었다. 그 날부터 지금까지 하루 1시간 이상 걷기와 계단 오르기, 짐볼 운동을 매일 하고 있다. 이번주는 담당의도 휴가고, 스튜디오도 바쁘고, 짱구 아빠도 정신이 없으니 다음 주쯤 짱구가 나와주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하고 있다.
몇 달째 시어머니가 여기 저기 편찮으셔서 수술, 입원, 간호 등을 남편이 도맡아서 하고 있다. 연세가 70대 중반이니 아플 일이 많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유독 신경쓸 일이 많은 요즘인지라 남편이 꽤 힘들어하고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짠하고 마음이 무거운데 딱히 물리적으로 도와줄 게 없어 스튜디오 일을 좀 더 하는 것으로 보탬이 되고있다. 우리 부모님도 안 좋아진 경기와 줄어든 관광객에 매출이 반토막이 나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걸 알면서도 엄마와 아빠는 내 명의로 대출을 알아봐달라고까지 했었다. 물론 나는 거절했다. 곧 태어날 아이와 부모님의 연세, 미래 등을 생각해봤을 때 그 빚이 고스란히 내 몫이 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이런 부모에 대한 무게감으로 도통 잠을 이루질 못 했다. 원망스럽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는데 이 중 가장 큰 심경은 도망치고 싶다였다. 아픈 걸 낫게 해줄 수 없고, 그렇다고 24시간 간호할 수도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걸 빚져가며 도와줄 수 없고, 그렇다고 모아둔 돈을 드릴 수도 없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믿는 수 밖에 없는데 자꾸만 나아지는 게 없고 부채감과 죄책감만 쌓이고 있어 우울감이 밀려왔다. 오늘 아침엔 그 우울감으로 부모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러면 안되지 라며 애써 마음을 추스려 출근을 했다. 오늘도 남편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느라 아침 7시부터 지금까지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 하고 있다.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하고싶은데 연세가 있으시니 앞으로 크고 작게 아플 일이 더 많아질 게 분명한 상황이라 답답한 심정이다. 보호사나 시설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고, 그렇다고 모르는 척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 부모님도 자식 ATM기가 동나자 전화 한 통이 없다. 얼마 뒤면 본인들의 첫 손주가 태어날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안해서인지, 부담스러워서인지 꼭 필요한 용건이 아니면 몸은 괜찮냐느니, 잘 될 거라느니 하는 좋은 말 한마디가 없는 거다. 이럴 때면 짱구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워진다. 부모가 밉고 싫어질수록 말이다. 부디 이 우울감이 사라지고 온전히 기쁜 마음으로 짱구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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